통합정보이론 논쟁을 통해 본 ‘반증 가능성 없는 이론’의 자격 문제

배경 및 맥락 

2004년 신경과학자 줄리오 토노니(Giulio Tononi)가 제안한 통합정보이론(Integrated Information Theory; IIT)은 시스템의 의식이 그 시스템의 인과 구조에 의해 수학적으로 기술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의식을 정량화하려는 몇 안 되는 진지한 시도로 주목 받아 왔습니다. 

그러나 IIT의 과학적 지위를 둘러싼 논쟁 역시 지속되어 왔습니다. 2023년에는 여러 학자들이 IIT를 충분한 경험적 뒷받침이 부족한 반증 불가능한 유사과학으로 규정하는 공개서한에 서명했고, 100여명의 과학자가 이 서한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후 IIT와 경쟁 이론인 전역신경작업공간이론(Global Neuronal Workspace Theory; GNWT)을 직접 맞대결시키는 대규모 ‘적대적 협력(adversarial collaboration)’ 실험이 진행되었고, 256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fMRI, MEG, 두개 내 뇌전도를 동시에 측정한 결과가 2025년 4월 네이터에 정식 게재되었습니다.

2026년 현재에도 IIT의 과학적 타당성과 해석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IIT 논쟁은 어떤 이론을 ‘과학적’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에 관한 보다 근본적인 방법론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문제 제기

IIT를 “유사과학”으로 규정한 2023년 공개서한의 표현이 지나치게 단정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IIT가 틀렸는지에 대한 여부 보단,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이론에 ‘유사과학’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방식 자체가 과학적 논쟁의 정상적인 절차를 훼손한다는 데 있습니다.

과학 이론은 끊임없이 비판받아야 하며,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이론은 수정되거나 폐기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론이 경험적으로 취약하다는 판단과 그 이론이 애초에 과학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는 판단은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논거들

첫째, IIT는 실제로 반증 가능한 예측을 내놓았고, 그 예측은 실험을 통해 검증되었습니다. 2025년 네이처에 발표된 적대적 협력 연구에서 연구진은 IIT와 GNWT가 제시하는 서로 다른 예측을 사전에 명시하고 동일한 실험적 조건에서 평가했습니다. 그 결과 어느 한 이론도 완전하게 지지되지는 않았습니다. IIT가 예측한 후방 피질에서의 지속적 연결성은 충분히 관찰되지 않았으며, GNWT의 일부 핵심 예측 역시 실험 결과와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점은 두 이론의 예측이 사전에 구체화되었고 실제 실험을 통해 평가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이것만으로 IIT의 모든 명제가 반증 가능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러나 적어도 IIT 전체를 단순히 ‘경험적 검증이 불가능한 이론’으로 규정하기 위해서는 보다 세밀한 논증이 필요합니다.

실험 결과가 이론을 완전히 지지하지 않았다는 사실과 그 이론이 애초에 검증될 수 없다는 주장은 서로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유사과학’이라는 규정 자체가 과학적 논쟁을 위축시킬 수 있습니다. 네이처 편집진 역시 이러한 명명 방식이 과학적 논쟁에 미칠 수 있는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편집진은 적대적 협력 연구의 초기 결과가 공개된 이후 IIT를 유사과학으로 규정하는 공개서한이 등장한 사실을 언급하며, 경쟁 이론 연구자들 사이의 협력을 구축하려는 과정에서 이러한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셋째, 정작 이 분야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유사과학' 규정에 대한 지지는 소수에 그칩니다. 연구자 대상 설문조사에서 극소수만이 이 명칭을 전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서한에 서명한 인원수와 별개로, 실제 이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들의 중론은 훨씬 신중하다는 것입니다.

반론 고려

물론 IIT에 대한 비판 가운데 상당수는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비판자들은 IIT의 핵심 개념인 통합정보와 이를 뒷받침하는 이론적 전제에 문제가 있으며, 이론의 일부 명제가 경험적으로 검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IIT의 수학적 구조가 실제 의식 경험과 어떠한 방식으로 대응하는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되었습니다.

IIT가 매우 단순한 시스템에도 일정한 형태의 의식을 인정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논쟁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범신론적 함의는 많은 연구자에게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우며, IIT가 의식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장한다는 비판으로 이어졌습니다.

결론

IIT가 궁극적으로 올바른 의식 이론으로 인정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향후 연구를 통해 IIT의 핵심 예측이 반복적으로 지지되지 않는다면 이론은 수정되거나 폐기될 수도 있으나 IIT 논쟁이 제기하는 더 중요한 질문은 아직 검증과 반증의 과정에 놓여 있는 이론을 어느 시점에서 ‘과학적으로 틀린 이론’이 아니라 ‘유사과학’으로 규정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입니다.

출처

Barrett, A. B., Milinkovic, B., Mediano, P. a. M., Rosas, F. E., Bor, D., Barnett, L., & Seth, A. K. (2026). Integrated information theory: the good, the bad and the misunderstood. arXiv (Cornell University). https://doi.org/10.48550/arxiv.2604.11482

Cerullo, M. A. (2015). The Problem with Phi: A Critique of Integrated Information Theory. PLoS Computational Biology, 11(9), e1004286. https://doi.org/10.1371/journal.pcbi.1004286

Ferrante, O., Gorska-Klimowska, U., Henin, S., Hirschhorn, R., Khalaf, A., Lepauvre, A., . . . Melloni, L. (2025). Adversarial testing of global neuronal workspace and integrated information theories of consciousness. Nature, 642(8066), 133–142. https://doi.org/10.1038/s41586-025-088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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