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옵토시스, 신경세포 죽음의 새 경로
연구 소개
2026년 국제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된 논문 「단백질 독성 스트레스가 유발하는 카리옵토시스를 통한 세포죽음과 신경퇴행」이 치매 연구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연구는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과 전두측두엽치매(frontotemporal dementia)에서 신경세포가 죽는 새로운 경로를 밝힌 신경퇴행성질환 분야의 연구입니다.
연구 동향
알츠하이머병과 전두측두엽치매, 근위축성측삭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같은 신경퇴행성질환은 독성 단백질이 신경세포 안에 쌓이면서 신경세포가 서서히 죽어가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포자멸사(apoptosis)를 비롯해 그동안 알려진 세포죽음 경로만으로는 이들 질환에서 나타나는 광범위한 신경세포 소실을 온전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킹스칼리지런던(King’s College London)의 연구진은 앞서 비교적 드문 질환 모델에서 세포핵이 쪼그라들다 끝내 부서지는 새로운 형태의 세포죽음 과정을 확인하고, 이를 카리옵토시스(karyoptosis)라고 이름 붙인 바 있습니다. 다만 이 현상이 알츠하이머병처럼 수백만 명에게 영향을 미치는 흔한 치매에서도 나타나는지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무엇이 새로운가
이번 연구가 새롭게 보여준 지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카리옵토시스가 희귀 질환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알츠하이머병과 전두측두엽치매 환자의 실제 뇌 조직에서도 흔하게 관찰된다는 사실입니다. 둘째, 단백질이 서로 응집하는 현상이 핵막을 불안정하게 하고 카리옵토시스를 유발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p38 MAP 인산화효소(p38 MAP kinase)와 라민B1(Lamin B1)의 상호작용이 중요한 조절 지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연구진은 이 상호작용을 표적으로 삼는 것이 신경세포 소실을 늦추는 방법이 될 가능성 함께 제시했습니다.
연구 방법론
연구진은 전두측두엽치매 환자와 말기 알츠하이머병 환자 28명에게서 얻은 뇌 조직을 분석했습니다. 약 3,000개의 뇌세포를 확보해 단일세포 수준의 유전자 발현 정보를 분석했습니다. 이후 계산 알고리즘을 이용해 세포마다 어떤 세포죽음 경로가 활성화되었는지 비교했습니다. 이어 랫드의 신경세포를 이용한 실험에서는 단백질이 인위적으로 응집되도록 유도해 핵막이 무너지는 과정을 관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세포 안에서 신호를 전달하는 인산화효소들을 하나씩 억제하면서 카리옵토시스와 관련된 지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확인했습니다.
주요 결과
Figure 1. Mutations impairing LaminB1 phosphorylation by p38 MAPK increases protein stability and rescue karyoptosis phenotypes.
분석 결과,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대뇌겉질에서는 세포의 35%에서 카리옵토시스의 흔적이 확인되었습니다. 건강한 고령층 대조군에서는 그 비율이 15%였습니다. 단백질 응집을 유도한 랫드 신경세포에서는 핵막이 점차 쪼그라들다 결국 조각나는 모습이 관찰됐으며, 이는 독성 단백질 응집이 핵막을 불안정하게 하는 과정과 관련이 있다는 점을 뒷받침했습니다. 여러 인산화효소 가운데 p38 MAP 인산화효소를 억제했을 때 카리옵토시스와 관련된 지표가 가장 뚜렷하게 줄었으며, 특히 p38 MAP 인산화효소와 라민B1의 상호작용을 차단하자 핵막 붕괴가 늦춰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이 두 단백질의 상호작용이 카리옵토시스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구의 결론과 한계점
이번 연구는 독성 단백질이 신경세포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과정에서 핵막 붕괴를 특징으로 하는 카리옵토시스가 알츠하이머병과 전두측두엽치매에 공통으로 관여하는 경로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킹스칼리지런던의 마놀리스 판토(Manolis Fanto) 박사는 희귀 질환에서 카리옵토시스를 처음 발견한 뒤 이를 흔한 치매의 공통된 특징으로 확장하기까지 10년이 걸린 연구라고 설명했습니다. 연구진은 앞으로 p38 MAP 인산화효소와 라민B1의 상호작용만을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방법을 개발해, 사람에게서도 신경세포 소실 속도를 늦출 수 있는지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번 결과는 사후 뇌 조직과 랫드 신경세포를 이용한 것이어서, 살아있는 사람의 뇌에서도 같은 경로가 작동하는지는 추가로 검증이 필요합니다. 또한 카리옵토시스가 신경세포 소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다른 세포죽음 경로와 시간적으로 어떻게 맞물리는지도 남은 과제로 꼽힙니다.
참고문헌
Casterton, R., Martinez-Cotrina, A., Barnard, J., Wycherley, E., Hu, Y., Anderson, R., … Fanto, M. (2026). Karyoptosis mediates cell death and neurodegeneration upon proteotoxic stress. Nature Communications, 17. https://doi.org/10.1038/s41467-026-73802-w
King's College London. (2026, July 5). Scientists may have finally found how Alzheimer's kills brain cells. ScienceDaily. https://www.sciencedaily.com/releases/2026/06/260626124701.htm